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이기철 | 초승달  

초승달을 바라보면서도 글썽이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모르는 사람이다 초승달의 여린 눈썹을 제 눈썹에 갖다 대보지 않은 사...

09/0719
이기철 | 유리창  

심금에도 그늘이 있다 열망에도 이끼가 낀다면 돌담을 씻어 투명을 가꾸어야 한다 명징은 너무 준엄한 높이 그 아래 아름다...

09/0719
이기철 | 종이 비행기  

될 수만 있으면 노란 종이로 접자 한 때 우리는 병아리를 닮은 소년이었으니까 흙에 몸을 묻고 있는 풀뿌리도 처음으로 세...

09/0715
이기철 | 햇빛의 잉크로 시를 쓰면  

햇빛의 잉크로 시를 쓰면 세상의 모든 것이 시가 된다 햇빛의 언어는 너무 쉬워서 아기도 사슴도 잘 읽는다 가끔 구름이 시...

09/0715
이기철 | 명주 봄풀  

나비 날아간 길을 보면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 것 같다 궁금한 사람아 이리 오너라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걸 보면 하늘로...

09/0713
이기철 | 사닥다리는 낮아 하늘에 닿을 수 없다  

녹슨 굴렁쇠, 삐걱거리는 자전거가 되면 무엇이 나쁜가 가끔은 고장난 전축, 가다가 멎는 대물린 시계가 되면 무엇이 나쁜가...

09/0702
이기철 | 별이 뜰 때  

나는 별이 뜨는 풍경을 삼천 번은 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별이 무슨 말을 국수처럼 입에 물고 이 세상 뒤란으로 살금살금 ...

09/0621
이기철 |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

09/0523
이기철 | 시는 삶의 양식  

인간은 생각의 순금을 얻기 위해 생애를 바친다 집중하고 천착하라 얻은 것 아무것도 없다 할지라도 생각하는 시간은 귀중하다 ...

09/0430
이기철 | 태양이 말한 것  

해를 맞히려고 쏘아올린 화살 고래를 찌르려고 던진 창 깊이 모를 지층으로 내려 보낸 두레박 천공을 쪼개려고 날아간 칼날 내...

09/0430
이기철 | 다시 홍류동에 혼자  

사랑했던 날들아 다 떠나라 솔방울 떨어져 발등 때리는 이 가을 날 섬 머슴 메투리 같은 흙가슴으로 와락 끌어안고 싶은 ...

09/0330
이기철 | 민들레 꽃씨  

날아가 닿는 곳 어디든 거기가 너의 주소다 조심 많은 봄이 어머니처럼 빗어준 단발머리를 하고 푸른 강물을 건너는 들판의 ...

09/0314
이기철 |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

09/0304
이기철 | 자주한 생각  

내가 새로 닦은 땅이 되어서 집 없는 사람들의 집터가 될 수 있다면 내가 빗방울이 되어서 목 타는 밭의 살을 적시는 여울...

09/0304
이기철 | 따뜻한 책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이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글자들의...

09/0304
이기철 |   

굴참나무는 상수리나무를 오리나무는 비옷나무를 등갈퀴는 청미래를 꿩비름은 삿갓풀을 모데미풀은 홀아비꽃대를 우산나물...

09/0304
이기철 |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5  

내 地上에서의 70년은 아름다웠다고 어느 날 내 낡은 일기장은 쓰리 푸른 시금치 잎을 먹고 안개 걷힌 들길을 걸어간 일 ...

09/0226
이기철 | 그 산에 가고 싶다  

그 산의 푸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부유하다 저 초록의 갈채 속에서 햇살은 더욱 튼튼하고 나무들의 축복 속에서...

09/0224
이기철 | 억새  

경사에 세운 눈부신 제국 극약의 처방으로도 낫지 않는 설레임 저토록 펄펄 끓는 삶이라면 어느 그리움엔들 닿지 못하랴 ...

09/0224
이기철 | 세월의 채찍  

용서하게, 나 시가 좋아 시 속에 들어왔다가 시에 붙들려 한 생 발길 돌리지 못한 세월이었네 아침햇빛처럼 새롭게 살고 ...

09/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