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김경주 | 설맹  

신문이 끊기자 나는 새들에게 싸였다 수도가 끊기자 나는 계곡을 내려오는 물이 되었다 사람이 끊기자 나는 해바라기에 내...

17/0209
김경주 | 너무 오래된 이별  

불 피운 흔적이 남아 있는 숲이 좋다 햇볕에 그을린 거미들 냄새가 부스러기 많은 풀이 좋다 화석은 인정이 많아 텅 빈 시간...

16/0414
김경주 | 슬픈 스푼 - 비평가  

내가 처음 내 스푼 속의 섬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당신은 물방울 속으로 섬이 떨어지는 걸 자신도 보았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

16/0201
김경주 | 도하가渡河歌  

백수광부는 자신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와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한 저승사자만을 남겨 둔 채 강을 건너가 버린다 이승으로 내려...

16/0201
김경주 | 정겨운 우울들  

당신 집에는 없고 내 집에 있는 냄비들 당신이 모으는 그릇들 내가 나르는 식기들 당신은 부드러운 베개를 모으고 나는 좁은 ...

16/0201
김경주 |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16/0201
김경주 | 파란 피 - 아내에게  

내 손이 네 가슴으로 처음 들어갈 때 너는 기러기처럼 내 허리를 안고 날아오르려 했다 민란(民亂) 중엔 삶은 갓난아기 다리...

16/0201
김경주 | 시인의 피  

무대 위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입김이다 그는 모든 장소에 흘러 다닌다 그는 어떤 배역 속에서건 자주 사라진다 일찍이 그것을...

16/0201
김경주 | 폭설, 민박, 편지 1  

- 「죽음의 섬(die toteninsel)」목판에 유채, 80x150cm, 1886 주전자 속엔 파도 소리가 끓고 있었다 바...

16/0201
김경주 | 먼 생  

- 시간은 존재가 신(神)과 갖는 관계인가* 골목 끝 노란색 헌옷 수거함에 오래 입던 옷이며 이불들을 구겨 넣고 돌아...

16/0201
김경주 |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불을 끄고 방 안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 창문을 잠시 두드리다 가는 것이었다 이 밤에 불빛이 없는 창문을 두드리게 한 마음은 ...

12/1009
김경주 |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

12/0715
김경주 | 무릎의 문양  

1 저녁에 무릎, 하고 부르면 좋아진다 당신의 무릎, 나무의 무릎, 시간의 무릎, 무릎은 몸의 파문이 밖으로 빠져나가...

12/0303
김경주 | 저녁의 동화  

죽은 나무의 구멍 속에도 저녁은 찾아온다 그 저녁에 닿기 위해 나는 나무의 구멍을 빚어 만든 당신의 오래된 기타를 생각...

12/0303
김경주 |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당신과 내가 한 번을 같은 곳에 누웠다고 하자 당신의 혀를 만지며 눈을 뜨고 주머니 속에서 나의 아름다운 유리알들을 꺼내 ...

12/0303
김경주 | 나무에게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

12/0303
김경주 | 꿈꾸는 다락방  

촘촘한 여름밤이면 누이는 일기장에 반딧불 만한 글씨를 꾹꾹 눌러 붙였습니다 라디오 속엔 엘비스 엘비스 외삼촌은 밤 하늘 같...

16/0131
김경주 |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

16/0131
김경주 | 꽃 피는 공중전화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

16/0131
김경주 |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 이 말을 타고 모...  

오늘 밤은 취한 말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잠든 말들을 깨워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술을 먹인다 구유를 당겨 물 안에 차...

1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