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박정대 | 의열義烈하고 아름다운  

낡은 흑백사진 속의 얼굴처럼 흐린 하늘, 톱밥난로 속에서 의열의열 소리를 내며 바알갛게 타오르는 불꽃들 터져 나오는 기침...

20/0729
박정대 |   

미스터 션샤인의 말투로 말하겠소 키치라 해도 좋소 무더운 여름밤을 건너가기엔 그 말투가 좋았던 것이오 자정이 넘은 코케인 ...

19/0930
박정대 | 천사가 지나간다  

마치 겨울을 외투처럼 걸친 채 그가 지나갔다 그림자에는 영혼이 없다 태양의 흑점을 밟으며 그가 언덕을 넘어갔다 담배 ...

17/0209
박정대 |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桶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

12/0303
박정대 | 당나귀 여린 발자국으로 걸어간 흙밤  

내 고독의 大地 위로 인플루엔자 같은 사랑이 왔네 사랑은 고통처럼 깊어 비 내리다 눈 내리다 봄밤은 좀처럼 마당가에 있는...

16/1231
박정대 | 비원  

그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비원 바람이 불 때마다 주합루에 앉아 일렁이는 취병(翠屛)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지 흔들리는 ...

16/1231
박정대 | 정선  

정선이 고향인 나 서울에서 국수를 삶아 먹으며 한 끼를 해결하네 창밖에서 들려오는 공사장 굴착기 소리를 말발굽 소리로 ...

16/1231
박정대 | 사월의 나무 한 그루  

잠들 수도 없고 잠들지 않을 수도 없는 아침에 나는 가까운 산으로 내려온 하늘의 푸른 맨발을 본다 그리고 처음 보는 아침의 ...

16/0414
박정대 |   

컴퓨터를 켤 때마다 르르르……, 클레지오, 그르르르……, 클레지오 울면서 대답하는 너

16/0201
박정대 | 슬픈 열대야  

이곳은 창문 너머로 야자수 같은 게 흔들거리는 슬픈 열대야 아니 자세히 보면 수족관의 물풀들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어 지금...

16/0201
박정대 | 앵두꽃을 찾아서  

앵두꽃을 보러 나, 바다에 갔었네 바다는 앵두꽃을 닮은 몇 척의 흰 돛단배를 보여주고는 서둘러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으므로 ...

16/0201
박정대 | 디베르티멘토  

창가에 앉아 있는 반가사유상을 보면 발바닥을 간질이고 싶어진다. 생각을 너무 골똘히 하니 뒤통수에 뿔이 돋지 어두워지는 창...

16/0201
박정대 | 시인박멸  

어떤 영화감독은 시나리오도 없이 촬영에 들어간다 훌륭하다, 어떤 시인은 제목 없이 시를 쓴다 역시 훌륭하다, 그러나 제목만...

15/0308
박정대 | 얼굴에 콧수염을 붙인 천사  

넌 왜 얼굴에 콧수염을 붙였지 가로수들이 킬킬대며 웃었다 낙엽들이 떨어졌다 태양은 조금 상해 있었고 바람에서는 비의 냄새가...

14/0213
박정대 | 약속해줘, 구름아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삶이라는 직업 커피나무가 자라고 담배 연기가 퍼지고 수염이 자란다, 흘러가...

13/1231
박정대 | 백년 동안의 가을  

백년 만에 가을이 왔습니다 그 가을을 뒤따라 온 노을은 몇억 년 만에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강물 속으로는 어제 본 듯한 새들...

13/1016
박정대 | 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기억의 동편 기슭에서 그녀가 빨래를 널고있네. 하얀 빤스 한 장 기억의 빨랫줄에 걸려 함께 허공에서 펄럭이는 낡은 집 한 ...

12/1117
박정대 | 형태는 감정을 따른다  

유랑극단에서 공중 곡예사는 꼭 필요한 극단적 존재, 마치 코끼리가 동물을 대표하듯 극단적 차원에서 허공을 대표하는 공중 곡...

12/1101
박정대 | 나타샤 댄스  

나타샤가 춤을 춥니다. 아주 깊은 러시아의 밤이구요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는 난로를 지피고 물을 끓입니다 처음에...

12/0925
박정대 | 어제  

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적막한 우편함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 삶이 쓸쓸해져서, <복사꽃 비 오듯 흩...

12/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