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외국시 / 메리 올리버 - 나는 바닷가로 내려가

아침에 바닷가로 내려가면 시간에 따라 파도가 밀려들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지, 내가 하는 말, 아, 비참해, 어쩌지― 나 어쩌면 좋아? 그러면 바다가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하는 말,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21/0104  
외국시 / 에밀리 브론테 - 나는 모르겠어

나는 모르겠어 그 일이 내게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 여름 저녁, 고요한 미풍이 홀로 위로하듯 뭔가 익숙한 소리를 내며 부는데 용서해 줘 땅과 공기를 맞이하는 너의 살가운 인사를 내가 너무 오래 외면했다면 그러나 슬픔은 강한 사람도 절망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사람조차도 나약하게 해 I know...

20/0730  
외국시 / 다니카와 슌타로 / 영혼의 가장 맛 있는 부분

하느님이 땅과 물과 햇빛을 주고 땅과 물과 햇빛이 사과나무를 주고 사과나무가 빨갛게 익은 열매를 주고 그 사과를 당신이 나에게 주었다 부드러운 두 손으로 감싸서 마치 세계의 기원 같은 아침 햇살과 함께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당신은 나에게 오늘을 주고 잃어지지 않을 시간을 주고 사과를 가꾼 ...

20/0729  
외국시 / 알베르투 카에이루 / 양 떼를 지키는 사람

나는 한 번도 양을 쳐 본 적 없지만, 쳐 본 것이나 다름없다. 내 영혼은 목동과 같아서, 바람과 태양을 알고 계절들과 손잡고 다닌다 따라가고 또 바라보러. 인적 없는 자연의 모든 평온함이 내 곁에 다가와 앉는다. 하지만 나는 슬퍼진다 우리 상상 속 저녁노을처럼, 벌판 깊숙이 한기가 퍼질 때 ...

19/1109  
외국시 / 라이너 쿤체 / 늙어

땅이 네 얼굴에다 검버섯들을 찍어 주었다 잊지 말라고 네가 그의 것임을

19/1109  
외국시 / 헤르만 헤세 / 나는 별이다

나는 창공에 떠 있는 하나의 별 세상을 응시하며 미소짓다가 스스로의 환락에 불타 스러지는 별이다. 나는 밤마다 광란하는 바다이다 묵은 죄에 새로운 죄를 더하여 희생의 무거운 짐을 한탄하는 바다이다. 나는 세계에서 추방당한 자이다 긍지로 자라고 긍지에 속아 더이상 다스릴 나라가 없는 왕이...

19/0703  
외국시 / 헤르만 헤세 / 봄의 말

어느 아이나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져 삶을 두려워 말아라! 어느 늙은이들이나 모두 알아듣는다 봄이 소곤거리는 것을 늙은이여, 땅 속에 묻혀라 씩씩한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라 몸을 내던지고 죽음...

19/0703  
외국시 / 랭보 /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미빛 눈물을 흘렸다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밋빛 눈물을 흘렸다 별은, 그대의 귓속 깊은 곳에 떨어져, 장밋빛으로 흐느껴 울고 그대의 목덜미로부터, 허리 있는 곳까지, 무한(無限)은 그 흰 빛을 굴리고 있었다 바다는 그대의 따뜻한 젖가슴을, 진줏빛으로 물들게 하고, 사내는 그대의 영묘한 옆구리에 검은 피를 ...

19/0307  
외국시 / 찰스 부코스키 / 에이트 카운트*

침대에서 전화선 위 새 세마리를 바라본다. 한 마리가 날아가고 한 마리 더 떠나고 한 마리만 남았다가 그마저 떠난다. 내 타자기는 묘비처럼 요지부동. 나는 새 구경꾼으로 쪼그라 들었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니 등신. *권투에서 선수가 다운됐을 때 선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심판이 8까지 ...

19/0307  
외국시 / 셀 실버스타인 / 모두가 똑같아

땅콩만한 꼬마라도 거인과 같은 뚱뚱보도 전깃불을 끄면 모두가 똑같아 거부인 터키 황제도 가난한 거지도 전깃불을 끄면 모두가 똑같아 빨강도 검정도 오렌지라도 노란색도 흰색도 전깃불을 끄면 모두가 똑같아 그러니까 세상을 공평하게 하려고 하느님이 손을 뻗어 전기를 끄면 좋...

19/0109  
외국시 / 요시하라 사찌꼬 / 첫사랑

둘만 남은 교실에, 머언 풍각소리 흑판에 기대어 서서 창문을 보고 있었다 여자 아이와 또 하나의 여자 아이 같은 꿈을 꾸는 쓸쓸한 공범 한 사람은 지금 다른 꿈의 창문을 보고 있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미소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다니 시시하기 ...

19/0109  
외국시 / 쿠라타하쿠조 / 흔들리는 그대를 보며

그대는 나와 헤어지겠다고 하지만 나는 그대를 놓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대가 헤어지고 싶어하면 할수록 더욱 곁에 두어 내 따뜻한 숨결로 그대의 거칠어진 가슴을 포근히 감싸 주고 싶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그대여, 내 따뜻한 손길을 떠나 갈대 흔들리는 벌판의 추위 속으로 날아가 버리...

19/0109  
외국시 / 파블로네루다 / 산책

산다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무감각하게, 양복점이나 영화관에 들어갈 때가 있다, 始原과 재의 물위를 떠다니는 펠트 백조처럼. 이발소의 냄새는 나를 소리쳐 울게 한다. 난 오직 돌이나 양털의 휴식을 원할 뿐, 다만 건물도, 정원도, 상품도, 안경도, 승강기...

19/0109  
외국시 / 크리스토프 메켈 / 시

시는 죽음을 위로하는 장소도 아니요 배고픔을 달래거나 희망을 꾸미는 장소도 아니다 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진실을 위한 장소다 날개!날개! 천사가 떨어진다,깃털들이 역사의 폭풍 속에 하나씩 피 흘리며 흩날린다! 시는 천사를 보호하는 장소가 아니다. 詩 크리스토프 메켈 앙마가...

19/0109  
외국시 / 나딘 스테어 /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다음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

19/0105  
외국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사진첩

가족 중에는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한때 일어난 일은 그저 그뿐, 신화로 남겨질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로미오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줄리엣은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늙어빠진 노년이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남았다. 눈물로 얼룩진 편지에 답장이 없다는 ...

17/0703  
외국시 / 다카하시 기쿠하루 / 언제나 얼마간의 불행

출장 간 역의 마이크가 불렀다 통근 러시아워의 홈에는 오늘 아침도 여전히 무표정한 군중이 도착할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시즈오카[靜岡]의 다카하시[高橋] 씨 빨리 댁으로 전화하세요 빨리\" 서둘러 건 전화 저편에서 태평스러운 아내의 목소리 \"아니 웬일이아? 아녜요 별로\" 다카하시가 잘못된 ...

17/0703  
외국시 / 다이 요코 / 수증기

친정에 좀처럼 전화도 걸지 않던 못된 딸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나 별일이구나   오늘 쉬는 날이야 가슴속이 삐걱삐걱 아팠다    아니 오늘은 빨리 돌아왔어요 화제가 없어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고 있자니 어머니는 아버지에 ...

17/0703  
외국시 / 엘뤼아르 / 나이는 없이

숲속을 향하여 우리는 가까이 간다 아침의 거리를 지나서 안개의 계단을 올라보라 우리가 가까이 가면 대지의 가슴은 파르르 떨고 여전히 다시 태어나는 하루 하늘은 넓어지리라 잠의 폐허 속에서 휴식과 피로와 체념의 두터운 어둠 속에서 산다는 일은 얼마나 견딜 수 없는 일이었을까 대지는...

17/0703  
외국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사진첩

가족 중에는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한때 일어난 일은 그저 그뿐, 신화로 남겨질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로미오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줄리엣은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늙어빠진 노년이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남았다. 눈물로 얼룩진 편지에 답장이 없다는 ...

17/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