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황지우 | 발작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

15/1210
황지우 | 두고 온 것들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

12/1231
황지우 |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고향  

고향이 망명지가 된 사람은 폐인이다 출항했던 곳에서 녹슬고 있는 폐선처럼 옛집은 제자리에서 나이와 함께 커져가는 흉터; ...

09/0922
황지우 | 흑염소가 풀밭에서 운다  

제비들, 돌아가려고 흐린 날에도 나가서 편대 연습하고 돌아오는데 방죽에 억새 덤불이 뒤집히면서 일제히, 풀잎 뒷면의 은...

09/0919
황지우 | 만수산 드렁칡 1  

오 亡國은 아름답습니다 人間世 뒤뜰 가득히 풀과 꽃이 찾아오는데 우리는 세상을 버리고 야유회 갔습니다 우리 세상은 국경에...

09/0720
황지우 | 입성한 날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오히려 문밖에 있는 당신들이다. 당신들을 붙들고 있는 고리를 나는 탐색해왔다. 그 고리의 끝에 달려 있...

09/0720
황지우 | 벽 2  

- 낯선 시간 속으로   이 벽은 이인성 소설집,『낯선 시간 속으로』의 표지와 같다 이 벽은 신문이다. ...

09/0720
황지우 | 저울 위에 놓인 바나나  

보라매병원 입구의 과일 상점들; 먼저 문병받는 과일들은 제각각의 색깔들로 얼마 남지 않은 체온을 중환자에게 전하는 것이리...

08/1102
황지우 | 경고  

詩는 슬렁슬렁 쉽게 쓰는 편인데,  밥 벌어먹기 위해서 쓰는 잡문을 쓸 때는 줄곧 줄담배다. 이건 生活이 아...

08/1102
황지우 | 飛火하는 불새  

나는 그 불 속에서 울부짖었다 살려달라고 살고 싶다고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불 속에서 죽지 못하고 나는 울었다 참을 ...

08/1029
황지우 | 서풍西風 앞에서  

마른 가지로 자기 몸과 마음에 바람을 들이는 저 은사시나 무는, 박해받는 순교자 같다. 그러나 다시 보면 저 은사시나 무는...

08/1029
황지우 | 메아리를 위한 각서  

불 속에 피어오르는 푸르른 풀이여 그대 타오르듯 술 처마신 몸과 넋의 제일 가까운 울타리 밑으로 가장 머언 물소리 들릴...

08/1029
황지우 | 봄바다  

봄바다에 이름을 알 수없는 노란 꽃잎들이 가득 흘러간다 노랑나비가 그 이상한 꽃에 홀려 일생으로 못 갈 바다를 따라간...

08/1025
황지우 | 안부 1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

08/0919
황지우 | 12월의 숲  

눈 맞는 겨울나무숲에 가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連帶해 있었다 눈 맞는 겨...

08/0911
황지우 | 당신은 홍대 앞을 지나갔다  

내가 지도교수와 암스테르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커피 솝 왈츠의 큰 통유리문 저쪽에서 당신이 빛을 등에 지고서 천천...

08/0707
황지우 | 비닐새  

흐리고 바람 부는 날 언덕을 오르는 나에게 난데없이 대드는 흰 새를 나는 쌱 피했다 피하고 보니, 나는 알았...

08/0707
황지우 | 재앙스런 사랑  

용암물이 머리 위로 내려올 때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은 한 남녀; 그 속에 죽음도 공것으로 녹아버리고 필사적인 사랑은 ...

08/0707
황지우 | 등우량선 (等雨量線) 1  

1 나는 폭포의 삶을 살았다, 고는 말할 수 없지만 폭포 주위로 날아다니는 물방울처럼 살 수는 없었을까 쏟아지는 힘을 ...

08/0707
황지우 | 가을 마을  

저녁해 받고 있는 방죽둑 부신 억새밭, 윗집 흰둥이 두 마리 장난치며 들어간다 중풍 든 柳氏의 대숲에 저녁 참새 시끄럽고...

08/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