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황동규 | 풀이 무성한 좁은 길에서  

1 오래 벼른 일, 만보(萬步) 걷기도 산책도 명상도 아닌 추억 엮기도 아닌 혼자 그냥 걷기! 오랜만에 냄새나는 집들을 벗어...

20/0729
황동규 | 지상의 양식  

토요일 오후 혼자 있을 때만이라도 한번 다르게 살아보려고 나하고도 달리 살아보려고 주말이라 주차장이 비어 일부러 아파트 제...

19/0109
황동규 | 귀뚜라미  

베란다 벤자민 화분 부근에서 며칠 저녁 울던 귀뚜라미가 어제는 뒤켠 다용도실에서 울었다. 다소 힘없이. 무엇이 그를 그 ...

19/0105
황동규 | 살다가 어쩌다  

천천히 말끝 흐리며 두팔로 어이없다는 몸짓까지 지어 꼿꼿이 앉아 같이 차 마시던 사람 고개 끄덕이게 한 날 말들이 정신없이 ...

17/0703
황동규 | 잘 쓸어논 마당  

쌀알 눈 사르락사르락 내리다 말다 할 때 어느 골짜기도 좋지만 우연히 들른 이름 없는 골짜기 일주문도 없이 숨어 있는 조그...

17/0209
황동규 | 연옥의 봄 4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은 채 갈 거다. 마음 데리고 다닌 세상 곳곳에 널어뒀던  추억들 생각나는 대로 거둬 들고 ...

17/0209
황동규 | 물소리  

버스 타고 가다 방파제만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조그만 어촌에서 슬쩍 내렸다. 바다로 나가는 길은 대개 싱겁게 시작되...

16/0101
황동규 | 네가 없는 삶  

아픔이 없는 삶은 빈 그릇이다 라고 네가 말했을 때 우리는 천천히 저수지를 돌고 있었다. 앞 벼랑 끝에 V자형 진달래꽃 뭉치 ...

15/0308
황동규 | 장기 기증  

재활의원 물리치료실, 코트와 웃옷 벗어 벽에 걸고 좁은 침대에 엎드려 등에 타박상 입은 도마뱀처럼 앞으로 한 뼘 뒤로 한 뼘...

13/0216
황동규 | 사는 기쁨  

1 오디오 둘러메고 한강 남북으로 이사 다니며 개나 고양이 가까이 두지 않고 70대 중반까지 과히 외롭지 않게 살았으니 그...

13/0203
황동규 | 연필화 鉛筆畵  

눈이 오려다 말고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 옅은 안개 속에 침엽수들이 침묵하고 있다 저수지 돌며 연필 흔적처럼 흐릿해지는 길 ...

11/0130
황동규 | 눈 내리는 포구  

그대 어깨 너머로 눈 내리는 세상을 본다 석회의 흰빛 그려지는 生의 답답함 귀 속에도 가늘게 눈이 내리고 조그만 새 한 마리...

10/0501
황동규 |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처럼 계속 물감을 바르라 보채는 캔버스를 벗어나 어디 숨 좀 쉴 공기를 찾아 피스톨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 ...

09/0919
황동규 | 향(香)  

비 긋자 아이들이 공 차며 싱그럽게 자라는 원구 초등교 자리, 가톨릭 대구 교구 영해 수련장 현관 앞에 서 있는 향나무 ...

09/0915
황동규 | 보통법신(普通法身)  

\'그대의 산상수훈(山上垂訓)과 청정 법신이 무엇이 다른가?\' 나무들이 수척해져가는 비로전 앞에서 불타가 묻자 예수가 ...

09/0706
황동규 | 젊은 날의 결  

그날 회현동 집 그날 회현동 집, 하루 종일 눈 내리다 말다 했다. 남산 언덕의 눈 쓴 전나무들 보이다 말다 했다. 전...

09/0508
황동규 | 당진 장고항 앞바다  

갑판에 누워 있는 우럭들을 마주하고 소주를 마신다. 회칼로 생살 구석구석을 저미는 눈부신 아픔에 몸 다 내준 더 무덤덤한 ...

09/0501
황동규 | 어스름  

휘돌아가던 저 강물 채 돌기 전 걸음 멈추고 되돌아보지 않듯 하늘에 막 떠오른 기러기 떼 어정대던 곳 되돌아보지 않고 그냥 ...

09/0425
황동규 | 갓 띄운 사랑노래  

눈이 오려다 말고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 옅은 안개 속에 침엽수들이 침묵하고 있다. 저수지 돌며 연필화 흔적처럼 흐릿해지는...

09/0417
황동규 | 손 털기 전  

누군가 말했다. \'머리칼에 먹칠을 해도 사흘 후면 흰 터럭 다시 정수리를 뒤덮는 나이에 여직 책들을 들뜨게 하는가, ...

09/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