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백 석 /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

황토 마루 수무나무에 얼럭궁덜럭궁 색동헝겁 뜯개조박 뵈짜배기 걸리고 오쟁이 끼애리 달리고 소삼은 엄신 같은 딥세기도 열린 국수당 고개를 몇 번이고 튀튀 침을 뱉고 넘어가면 골 안에 아늑히 묵은 영동이 무겁기도 할 집이 한 채 안기었는데 집에는 언제나 센개 같은 게사니가 벅작궁 고아 내고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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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석 / 미명계

자즌닭이 울어서 술국을 끓이는 듯한 추탕(鰍湯)집의 부엌은 뜨수할 것같이 불이 뿌연히 밝다 초롱이 히근하니 물지게꾼이 우물로 가며 별 사이로 바라보는 그믐달은 눈물이 어리었다 행길에는 선장 대여가는 장꾼들의 종이등(燈)에 나귀눈이 빛났다 어디서 서러웁게 목탁(木鐸)을 두드리는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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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석 / 북신

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났다 어쩐지 향산(香山)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같은 도야지를 잡아 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고기는 돗바늘 같은 털이 드문드문 박혔다 나는 이 털도 안 뽑은 도야지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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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석 / 

머리 빗기가 싫다면 니가 들구 나서 머리채를 끄을구 오른다는 산(山)이 있었다 산(山)너머는 겨드랑이에 깃이 돋아서 장수가 된다는 더꺼머리 총각들이 살아서 색시 처녀들을 잘도 업어 간다고 했다 산(山)마루에 서면 멀리 언제나 늘 그물그물 그늘만 친 건넛산(山)에서 벼락을 맞아 바윗돌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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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석 / 절간의 소 이야기

병이 들면 풀밭으로 가서 풀을 뜯는 소는 人間보다 靈해서 열 걸음 안에 제 병을 낫게 할 藥이 있는 줄을 안다고 首陽山의 어늬 오래된 절에서 七十이 넘은 로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치마자락의 山나물을 추었다

16/0202  
백 석 / 선우사膳友辭 - 함주시초咸州詩抄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루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

16/0202  
백 석 / 축복

이 먼 타관에 온 낯설은 손을 이른 새벽부터 집으로 청하는 이웃 있도다. 어린것의 첫생일이니 어린 것 위해 축복 베풀려는 이웃 있도다. 이깔나무 대들보 굵기도 한 집엔 정주에, 큰방에, 아이 어른-이웃들이 그득히들 모였는데, 주인은 감자 국수 눌러, 토장국에 말고 콩나물 갓김치를...

16/0202  
백 석 / 공무 려인숙

삼수 삼십리, 혜산 칠십리 신파 후창이 삼백 열 리, 북두가 산머리에 내려 않는 곳 여기 행길\'가에 나앉은 공무 려인숙. 오고 가던 길\'손들 날이 저물면 찾아 들어 하루밤을 묵어 가누나- 면양 칠백 마리 큰 계획 안고 군당을 찾아 갔던 어느 협동 조합 당 위원장, 근로자 학교의 ...

16/0202  
백 석 / 오금덩이라는 곳

어스름 저녁 국수당 돌각담의 수무나무가지에 녀귀의 탱을 걸   고 나물매 갖추어놓고 비난수를 하는 젊은 새악시들 -잘먹고 가라 서리서리 물러가라 네 소원 풀었으니 다시 침노 말아라 벌개눞녘에서 바리깨를 뚜드리는 쇳소리가 나면 누가 눈을 앓어서 부증이 나서 찰거마...

16/0202  
백 석 / 목구木具

五代나 나린다는 크나큰 집 다 찌그러진 들지고방 어득시근한 구석에서 쌀독과 말쿠지와 숫돌과 신뚝과 그리고 녯적과 또 열두 데석님과 친하니 살으면서 한해에 멫번 매연지난 먼 조상들의 최방등 제사에는 컴컴한 고방구석을 나와서 대멀머리에 외얏맹건을 지르터 맨 늙은 제관...

16/0202  
백 석 / 통영統營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가깝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16/0202  
백 석 / 멧새 소리

처마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16/0202  
백 석 / 나와 지렁이

내 지렁이는 커서 구렁이가 되었습니다 천년 동안만 밤마다 흙에 물을 주면 그 흙이 지렁이가 되었습니다. 장마 지면 비와 같이 하늘에서 나려왔습니다. 뒤에 붕어와 농다리의 미끼가 되었습니다. 내 이과책에서는 암컷과 수컷이 있어서 새끼를 낳았습니다. 지렁이의 눈이 보고 싶습니다. 지렁...

16/0202  
백 석 / 고방

낡은 질동이에는 갈 줄 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오지항아리에는 삼촌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 삼촌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도 채어 먹었다 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 가에서 왕밤을 밝고 싸리꼬치에 두부산적을 께었다 ...

16/0202  
백 석 / 여우난골족族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적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

16/0202  
백 석 / 거미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삭기도 전...

12/1227  
백 석 /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12/0712  
백 석 / 고향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어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

10/0504  
백 석 / 단풍

빩안물 짙게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빩안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빩안 우슴을 웃고 새빩안 말을 지줄댄다 어데 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十月 햇살이 무색...

09/0316  
백 석 / 까치와 물까치

뭍에 사는 까치 배는 희고 등은 까만 새 물에 사는 물까치도 배는 희고 등은 까만 새 까치와 물까치는 그 어느 날 바다\'가 산\'길에서 서로 만났네 까치와 물까치는 서로 만나 저마끔 저 잘났단 자랑하였네 까치는 긴 꼬리 달싹거리며 깍깍 깍깍깍 하는 말이 내 꼬리는 새...

09/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