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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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오탁번 - 수련을 보며

백운면(白雲面) 애련리(愛蓮里)의 맨 남쪽 끝,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은 한치[大峙]이다. 한치는 큰 고개를 뜻하는 말로 시랑산 줄기를 넘어 봉양면 공전리로 가는 자구니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한치 마을 아이들이 재를 넘어서 공전초등학교를 다녔다니까 그리 높은 고개는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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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박준 - 시인 박준의 취향의 탄생

생각해보면 나는 환경이 바뀌는 일에 유난히 민감해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흘러도 집에 있는 가구들의 배치를 바꾸는 법이 거의 없고, 매일 저녁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꼭 같은 곳에 주차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 대학 시절, 방학이 되면 친구들은 교환학생이며 해외연수며 하는 이름들로 멀리 떠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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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1)

1. 슬픔이 시인을 만든다 나를 시인으로 만든 것은 ‘슬픔’이었다. 그 슬픔에 힘입어 처음 “시인이 돼야겠다”는 꿈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 전 해 4월, 벚꽃의 도시 진해에서 나는 ‘아비 없는 자식’이 되었다.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에 제일 먼저 슬픔이 찾아왔다. 아버지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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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2)

2. 사랑도 시인을 만든다 그대, 4월의 진해를 기억하는가. 눈이 귀한 남쪽의 부동항 진해는 4월이면 눈이 내렸다. 그 작은 도시의 인구수와 비슷한 벚나무들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4월이 오면 일시에 꽃을 피우고 바람이 불면 꽃잎을 눈처럼 뿌려주었다. 꽃이 피어서 질 때까지, 그 기간 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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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3)

3. 펜혹이 시인을 만든다 펜혹이란 말이 있다. 컴퓨터 세대에게는 생소한 말일 것이다. 펜이나 연필로 글을 쓰는 사람의 손에는 반듯이 펜혹이 남아 있다. 오래 글을 쓰다보면 펜을 받치는 가운데 손가락에 혹 같은 굳은 살이 박힌다. 그것이 펜혹이다. 펜혹은 글쓰기의 상처다. 그러나 그 상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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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4)

4. 분노도 시인을 만든다 지난 91년 도서출판 빛남에서 묶은 내 두 번째 시집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에 수록된 시편들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 숨막히는 더위 고물 선풍기가 뿜어주는 더운 바람 앞에서 나는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적의로 괴로워했다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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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5)

5. 부끄러움이 시인을 만든다 습작시절 누구에게나 병이 생긴다. 이름하여 ‘신춘문예 병’. 그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손에 아름다운 상처 ‘펜혹’이 생기듯, 이 병도 아름다운 병이다. 신춘문예. 굳이 말뜻을 풀이하자면 ‘새봄의 문학예술’이다. 그러나 신춘문예는 풀이하는 말이 아니라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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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6)

6. 바람도 시인을 만든다 왜 그렇게 바람이 좋았는지 몰라. 열네 살 중학생이 걸어서 학교 가는 길이다. 보리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간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가는 오월이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소년의 이마를 짚는다. 바람의 손은 언제나 서늘하다. 소년은 멈추어 선다. 그 때 소년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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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7)

7. 길이 시인을 만든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산에서 진해까지 걸어온 적이 있다. 악동 친구들과 해운대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차비마저 다 유흥비(?)로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여름이었고, 우기였다. 우리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엄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엄궁에서 배를 타고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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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8)

8. 유행가도 시인을 만든다) 내가 제일 처음 배운 유행가는 배호의 노래였다. 제목은 ‘누가 울어’. 그 때 나는 아버지가 없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어느 비오는 오후, 어머니가 흥얼거리는 그 슬픈 노래가 어린 나를 울렸다. 어머니 몰래 연습장에 노래가사를 적었다. 지금도 생생한 그 노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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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정일근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9)

9. 그 마지막엔 시만이 시인을 만든다 신문사는 새로 입사하는 수습기자에게 기사 작성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종이밥을 먹던 신문기자 시절, 어느 누구도 나에게 기사 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이 들어 입사한 신문사라 후배를 선배로 모시고 경찰기자 생활이 시작됐다. 1진은 서울 중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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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조안 에이킨 - 어떤 마음으로 동화를 쓸 것인가

아동문학 창작에 있어 특별한 방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동문학을 창작하는 방법은 성인문학을 창작하는 방법만큼이나 다양하며, 그 방법은 작가들마다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중에는 더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물론 아동문학 창작에는 적절하지 않은 방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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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오은이 읽은 김이듬의 「죽지 않는 시인들의 사회」

죽지 않는 시인들의 사회 - 김이듬 그들은 둘러앉아 잡담을 했다 담배를 피울 때나 뒤통수를 긁을 때도 그들은 시적이었고 박수를 칠 때도 박자를 맞췄다 수상작에 대한 논란은 애초부터 없었고 술자리에서 사고 치지 않았으며 요절한 시인들을 따라가지 않는 이유들이 분명했다 더 이상 믿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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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김완하 - 하늘의 별 하나는 깨어 있다

우리가 생을 살아가면서 심적으로나 물적으로나 무엇을 잃고 안타까워할 때가 많이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우리는 그것을 이 세상이 되돌려주기만 바랄 수밖에 없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잃어버리고 발을 동동 구를 때, 우리는 이 세상을 믿을 수 없어 안타까워하면서도 그것이 다...

14/0424  
에세이 / 정호승 - 아직도 세뱃돈을 받고 싶다

어릴 때는 설날이 오기를 왜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는지 모른다. 설날 한 달 전부터는 날마다 몇 밤을 더 자면 설날인지를 손꼽아 기다렸다. 설날 하루를 위해 1년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날이 되면 어머니는 설빔으로 미리 마련해 놓은 새 옷과 새 신을 손수 입혀주셨다. 내복도 꼭 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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