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박소란 - 말해보세요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움이라, 우리가 그렇게 부르던 것의
몰라보게 야윈 모습을

어떻게 지내는 거야?
다가가 묻는 대신 먼발치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았습니다

아름다움은
멈칫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눈이 마주칠 뻔도 하였습니다

나는 재빨리 딴청을 피웠지요
겁이 나서
아름다움의 아름다운 옛 얼굴이 떠오르면 어쩌나
이제 와 어쩌나

다만 보았습니다 아름다워서 흉이 진 그 얼굴을

어느 낯선 길로 들어 도망치듯 멀어지는
뒷모습을
내도록 혼자 보았습니다
당신에게선 소식이 없었지요

말해보세요 당신,
우리가 어떤 슬픔을 저지른 것인지
슬픔은 왜

또 긑끝내 아름다워지려는 눈물을 감추는 것인지



<한 사람의 닫힌 문>
창작과 비평. 2019년

(February 11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