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루시 모드 몽고메리 - 빨간머리 앤

"전 지금 행복해요. 물론 머리카락은 여전히 빨갛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안 돼요. 바아리 아주머니는 처음으로 제게 키스를 했어요. 그리고 울면서 사과를 했고요. 저는 좀 난처했어요. 하지만 겸손하게 말슴드렸어요. '저는 아주머니에게 나쁜 감정이 없어요.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일부러 다이애너를 취하게 한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제 그 일은 모두 망각의 망토로 덮어 두세요'라고요. 아주 멋진 말 아닌가요? 그리고 저는 다이애너와 즐겁게 놀았어요. 우리는 학교에서 다시 옆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선생님께 부탁드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마릴라, 바아리 아주머니는 제게 손님용 찻잔에다 차를 주셨어요. 물론 그런 대접은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과일을 넣어서 만든 케이크를 두 가지나 먹었어요. 바아리 아주머니는 나에게 '차를 더 다를까?'하고 물으시고는 비스킷을 권했어요. 어른 대접을 받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 진짜 어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극히 소녀적인 판타지 빨간머리 앤. 우리들이 어릴적에 동화처럼 읽으며 그 소녀의 설레임을 함께 맛볼 수 있었던 작품. 하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동화가 아닌 소설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던 빨간머리 앤의 다음 이야기까지 보여주고 있다. 앤의 대학(?)생활과 사랑, 그리고 처음으로 선생님이 되어 시골로 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들까지.

구석구석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앤의 저 말들. '그러니까 이제 그 일은 모두 망각의 망토로 덮어 두세요'라는 말을 과연 앤이 아니라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앤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우리들이 기억하는, 우리들이 상상하는 소녀적인 감수성이 가득한 판타지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 겨우 동화책 한권으로, 만화영화시리즈 한편만으로 '나는 빨간머리 앤을 모두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또한 소녀적인 감수성 가득한 세계를 그리워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빨간머리 앤'은 열번 읽어도 볼때마다 새롭고 볼때마다 설레이는 소설이다.

(January 26th 2019)  /  책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