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김은경 - 외롭고 웃긴 가게

신기료장수에게발품을 팔았고 첫사랑에게 눈을 팔았다 서른세 번째 남자에게는 비음 섞인 가짜 고백을, 결혼할 사내에겐 다락방의 열쇠를 거저 내주었다 그는 단골도 아니었는데

눈물이든 땀이든 닦을 손수건을 샀고 나보다 오래갈 만년필을 샀고 유언을 연습할 일기장을 샀다 몸집만 한 가방도 샀으나 가게 문을 닫고 떠날 곳이 없었다

네 새치 머리칼을 네 간헐적 눈물을 네 단호한 입술을 사고 싶었으나……

매일 문을 열고 매일 밤 셔터를 내린다

일 없이 운다 그만큼의 웃음도 매일 삐죽삐죽 헐거운 틀니의 바람소리처럼 새나온다

누군가의 가게를 대신 봐주고 있단 생각에 부득부득 잠을 설친다



*가수 이상은의 곡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
실천문학사. 2018년

(January 24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