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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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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그리고, 마음 둘 데 없어 외로웠으므로 하늘을 나는 기구가 모래주머닐 떨어뜨리듯, 꾸던 꿈들을 떨어뜨리고서라도 높이높이 날아오르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알게 되었다, 실하지 못한 날개로 파닥파닥 날아가 휘청대다 부딪치고 부딪치다 지쳐서 맴돌던 곳은 황색의 가등이었다는 것을. 가끔은 지독하게 사랑을 그리워했고 사랑의 냄새들을 못 견뎌내고 있었다는 것을. 지도상에 없는 섬처럼, 나뭇등걸 짙은 상처 골라 뿌리내리는 그 섬의 버섯처럼, 그늘과 이슬을 편애하는 것이 이 시대엔 얼마나 불가능한 시인가를 알게 되었다. 깊이 숨겨둔, 세계에 대한 내 마지막 자비를 빼내들곤 서른의 형제가 이 세상을 버리고 도망갔고, 편애하던 사랑이라든가 진실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찬란한 헛것인가를 실감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나는 존재하진 않아도 존재했었다는 신화를 새겨 읽으며 책장을 넘기고, 때묻은 손을 씻는다.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다시는 그 물이 아닐 이토록 찬물을 만진다.


詩 김 소 연

[ 극에 달하다, 1996, 문학과지성사

(January 9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