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김륭 - 달의 귀

가끔씩 귀를 자르고 싶어, 내 몸을 돌던 피가
네모반듯하게 누울 수 있도록

그러면 우리 집 고양이는 온통 벽을 긁어놓겠지만 혀를 붓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나는 누군가의 뱃속에서 지워진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고 가만히 첫눈이 온다고 속삭이는 여자는 얼굴도 모르는 아이의 심장을 꺼내 뭇 남자의 무릎을 베기도 한다더군요

그러니까 나는 자궁을 들어낸 어머니 뱃속 가득 담겨있던
신발 한 짝이었음을 기억해냅니다

달의 귀를 잘라 마르지 않는 그녀의 우물은 누군가의 손목을 베개로 삼아야 들을 수 있는 노래, 우두커니 아무리 울어도 나무가 될 수 없는 나는 축축한 밤의 옆구리에 의자를 갖다놓는 나는 달팽이, 신발을 주우러 다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쩌죠? 귀를 잘라버린 무덤은 허공에 입을 그려 넣고
그녀는 밤새 눈사람을 만들지만 더 이상
무릎은 벨 수 없다더군요

어머니, 나뭇잎 좀 그만 떨어뜨리세요

뱃속에서 우는 아이의 심장을 가만히 꺼내
늙은 고양이를 만드는 그녀를 위해
밤은 가끔씩 종이가 됩니다



<제9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작>
2014년

(January 5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