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장옥관 - 날계란 한 판이 몽땅 깨지듯이 DATE : 110918

일요일 한낮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오, 굵고 싱싱한 계란이 한 판에 3천원! 마이크 소리 성가시게 달라붙는가 했더니, 갑자기
목소리 톤이 바뀌면서
삼식아, 삼식아! 너 삼식이 맞지!
날계란 한 판이 몽땅 깨지듯 조여드는 느낌!

- 무슨 일일까.
- 돈 떼먹고 달아난 고향 친구일까?
- 봉순이 엄마 꾐에 넘어가 도망간 막내일까?

2.5톤 트럭 문짝 탕! 닫히는 소리, 계란 속 병아리들 일제히 눈뜨는 소리, 더위 먹어 늘어진 전깃줄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
소금 절여놓은 배추 퍼들퍼들 살아나는 소리, 돋보기 속 흐릿한 글자 무릎뼈 한번 더 펴는 소리

삼식아!

횃대 위에 활개치는 저 소리
10년 묵은 녹 벗겨낸 생철 같은 저 소리
무정란 계란 같은 내 맘에 왕소금 뿌리는 저 소리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