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이장욱 - 당신과 나는 꽃처럼 DATE : 260818

당신과 나는 꽃처럼 어지럽게 피어나
꽃처럼 무심하였다.
당신과 나는 인칭을 바꾸며
거리의 끝에서 거리의 처음으로
자꾸 이어졌다.
무한하였다.

여름이 끝나자 모든 것은 와전되었으며
모든것이 와전하자 눈이 내렸다
허공은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가득 찼다.

누군가 겨울이라고 외치자
모두들 겨울을 이해하였다.
당신과 나는
나와 그는
꽃의 미래를 사랑하였다.
시청각적으로
유장하였다.

당신과 그는 가로수가 바라볼 수 없을 만큼
화사하고
그와 나는 날아가는 새가 조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신하고
나와 당신은 유쾌하게 떠들다가
무표정하게 헤어졌다.

우리는 일에 몰두하거나
고도 15미터 상공에 앉아
전화를 걸었다.
창가에 서서 쓸쓸한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보자
다시 당신이 지나가고
배후에 어지러운 꽃이 피었다.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사. 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