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이장욱 - 당신과 나는 꽃처럼(August 26th 2018)

당신과 나는 꽃처럼 어지럽게 피어나
꽃처럼 무심하였다.
당신과 나는 인칭을 바꾸며
거리의 끝에서 거리의 처음으로
자꾸 이어졌다.
무한하였다.

여름이 끝나자 모든 것은 와전되었으며
모든것이 와전하자 눈이 내렸다
허공은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가득 찼다.

누군가 겨울이라고 외치자
모두들 겨울을 이해하였다.
당신과 나는
나와 그는
꽃의 미래를 사랑하였다.
시청각적으로
유장하였다.

당신과 그는 가로수가 바라볼 수 없을 만큼
화사하고
그와 나는 날아가는 새가 조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신하고
나와 당신은 유쾌하게 떠들다가
무표정하게 헤어졌다.

우리는 일에 몰두하거나
고도 15미터 상공에 앉아
전화를 걸었다.
창가에 서서 쓸쓸한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보자
다시 당신이 지나가고
배후에 어지러운 꽃이 피었다.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사. 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