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신용목 - 가을비 DATE : 260218

흙에다 발을 씻는
구름의 저녁



거품처럼 은행잎
땅 위에 핀다

지나온 발자국이 모두 문장이더니
여기서 무성한 사연을 지우는가

혹은 완성하는가

바람의 뼈를 받은 새들이 불의 새장에서 날개를 펴는 시간

고요가 빚어내는 어둠은 흉상이다

여기서부터 다리를 버리고
발자국 없이 밤을 건너라

희미한 꿈이 새의 날개를 빌려 사연을 잇고

흙투성이 바닥을 뒹구는 몸의 문장은, 채찍을 펼쳐

그 얼굴 때리는 일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창작과 비평.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