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이이체 - 소규모 감정 공작실 DATE : 260218   //   ( 2018 POEM )

어제 잊어버린 문장이야말로 완벽한 것임을 믿는다.
하얗게 질린 천장 아래로 기둥 하나가 내리뻗어 있고,
당신과 수작업으로 만든 감정들이 둘러앉아 있다.
나는 그것들은 내 눈의 무늬로 새긴다.
감정들을 만들고 전시해온 시간들이 지문을 닳게 했다.
담배를 피웠던 흔적도 남아 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해 물러 보이는 감정들과, 너무 오래되어 상해 버린 감정들 사이사이의 바닥에, 바닥에 세상에선 볼 수 없는 검은 꽃으로 흐드러진 담뱃재들이 내게 안녕 안녕 인사한다. 당신이 버려둔 담배도 있다. 담배를 끄려고 길게 비벼댄 자국들이 희끄무레하게 끌려간 주저흔의 골목길 같다.

일찌감치 잃어버린 웃음이 어떤 감정 위에 아로새겨져 있다.
저 똑바르게 각진 웃음들. 웃을 수 있느냐 너는 웃을 수 있느냐.
다른 감정들은 울음이나 일그러진 눈두덩이나 씩씩거리는 입술로 무늬를 갈음한 상태다.
기둥에 맞닿은 바닥은 너무 깊은 교접에 무너질 리도 없다.
벽에 없는 창문이 불러들이는 구름들
문장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잊어버리는 것은 나의 새로운 고질병,
나는 언제나 불모지에서 문장을 잃어버리는 것과
잊어버리는 것의 차이를 세공하는 버릇이 있다.

지문이 묻어나지 않게 되었으므로 수작업이 훨씬 수월하다.
새로운 감정들이란 퍽이나 밝은데 당신이 없다.
당신이 버려둔 담배는 오래 전에 넘어져 있다.
기둥이 되지 않겠다 기필코 쓰러지겠다.
말을 목구멍 아래로 넘긴다.
무늬가 없다는 건 올바른 일이지만 무늬가 없는 것일수록 삼키기 쉽다.
벽이 없는 창문에서 햇살이 들어온다.
빛의 줄기들은 창문을 찾는데 오래 걸렸을 것이다.
눈동자의 문신이 되어 상상하는 감정들을 본다.
내일은 빛이 돌아가는 순간에 있을 것이다.



<현대시>
2008년 하반기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