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이이체 - 추락한 부엌 DATE : 260218

이곳은 매우 슬프고 아늑하다. 비행운이 없이도 날 수 있는 하늘의 귀퉁이다. 휑뎅그렁한 부엌이라고 해도 좋다. 이건 포크고 이건 의자고. 그런데 왜 이렇게 텅 빈 거지. 이어폰을 끼우지 않은, 네가 억지로 밥 먹는 소리. 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청회색 정서가 싫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넘치는 이야기들, 그 축축한 식도락. 부엌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시에 담고 너에게 포크로 자르기를 요구했었지. 미안해요. 나는 발자국도 없이 가벼운 사람. 무단투기된 언어들이 하필이면 부엌으로 몰려만 가는가. 지구의 한 조각을 손에 쥐고 사는 것이 이토록 서럽더라니. 우걱우걱 구겨 넣는 밥 한 숟가락은 비행기 안의 멀미만큼 어지럽고. 하늘에서 구름조각들을 잡아다가 먹어본 일이 있다. 시궁창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다리를 감싸고 있다. 노래로 감출 만한 슬픔들을 거울에 비춰보고 싶다. 모든 비행기들은 지구의 한 조각만을 떠돌 따름이고. 무모하게 눈부신 내 사랑, 미안해요, 같이 만져요. 너를 만져도 아무 느낌이 없는 것을 느낀다. 고개를 수그린다.



<현대시>
2009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