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오은 - 7 a.m. DATE : 110218   //   ( 2018 POEM )

아빠가 커튼을 활짝 연다. 오늘은 해가 뜨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엄마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며 말한다. 일요일은 생식을 하는 날이잖아요. 딸이 거울을 빤히 들여다보며 엉클어진 머리를 동여맨다. 오늘은 학교에 가는 날이 아니잖니. 아빠가 소파에 걸쳐 있는 신문을 펼치며 묻는다. 그 신문 그제 신문이에요. 아들이 눈을 비비며 거실로 걸어 나온다. 녀석아, 잠옷도 거꾸로 입고 다니니. 엄마가 핀잔을 하며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오늘부터 3일 간 단수인 거 모르셨어요? 딸이 얼굴에 분칠을 하며 곱게 눈을 흘긴다. 그놈한테 너랑 그만 만나라고 어젯밤에 연락했다. 아빠가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말한다. 케이블이 끊어져서 오늘부터 바둑 채널은 안 나와요. 아들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화장실 도어를 발칵 연다. 노크는 기본이 아니니. 엄마가 수건으로 젖은 얼굴을 닦으며 화를 낸다. 누가 발 닦는 수건을 거기다 걸어놓았지? 현관에서 하이힐을 신으며 딸이 심드렁히 말한다. 나가서 들어올 생각은 아예 말아라. 아빠가 소파를 주먹으로 탁 치며 소리 지른다. 우리도 다 컸다고요. 양치질을 하던 아들이 우물거리며 응수한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교양이 없니. 바닥에 치약 거품을 닦으며 엄마가 짜증을 낸다. 애들 교육을 대체 어떻게 시킨 게요? 안절부절 못하는 아빠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오늘은 좀 늦을 거예요. 숄더백을 멘 딸이 현관문을 세게 닫아버린다. 아주 문을 부수지 그러니. 엄마가 현관 밖으로 총총 사라진 딸에게 윽박듯이 말한다. 엄마, 옆집에서 들어요. 양치질을 마친 아들이 턱을 이리저리 뒤틀어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그 짐승 울음 같은 건 대체 누가 가르쳤니. 아빠가 샹들리에 아래에서 맴맴 맴돌며 공격하듯 묻는다. 왜 하필 거기서 정신없이 빙빙 돌고 그래요. 갑자기 설거지감이 생각난 엄마가 싱크대를 향해 잰걸음을 한다. 엄마, 오늘부터 물이 안 나온다니까요. 아들이 바닥에 벌렁 누워 윗몸일으키기를 하기 시작한다. 안 되겠다, 창문을 닫아야겠다. 아빠가 황급히 커튼을 닫는다. (거봐요, 일기예보는 틀리지 않는 다니까요)



<시인 시각>
2006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