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최문자 - 사과처럼

사과를 사랑하자 사과 처럼 사과 냄새가 났다
사과와 속삭이자 사과를 먹고 잠들어 버렸다
잠 속에서도 사과 냄새는 휘발 되지 않아
누가 사과 처럼 날 따버린 거야
반복 되는 태초의 사과 연습
남자들은 매일 같이 밭을 갈고 굵은 수고의 땀방울을 흘려 준다
땀밭에다 아이를 툭툭 떨어뜨리는 사과의 엄마들 처럼
내일이 와도 사과는 날 놓아주지 않아
사각사각 사과 처럼 아이를 낳았다
어두워도 여긴 둥근 사과의 우주
사과의 불운은 휘발되지 않아
뱀과 여전히 헤어지지 않아
조그만 아이들이 새까만 사과씨를 품고 지구에서 자란다
사과처럼 구르며 사과의 발자국을 찍는다
사과가 사람을 홀리던 그 때의 사과 처럼
어린 사과에게 남은 태초가
사과 처럼 다가오고 있다
<문학의 오늘>
2013년 여름호

(January 4th 2021)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