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최문자 - 그 해의 꽃구경

그해
그를 생으로 뽑아낼 수 없어서
생으로 사랑니 하나 뽑아내고 치통을 견디다 못해 꽃구경을 갔었다.
토종 흰 민들레 군락지, 제천 구인사
한꺼번에 피를 다 쏟아낸 듯한 핼쑥한 꽃들이
어금니가 보이도록 희게 웃고 있었다.
엎드려서 흰 꽃 두 송이 꺾는 사이
피가 한입 가득 고였다.

흰 꽃 위에다 대고
시뻘건 그를 뱉고 또 뱉어냈다
비린 입술을 흰 꽃으로 닦았다.

해질녘까지 지혈되지 않는 그를
약솜처럼 물고
하루 종일 그 산을 쏘다녔었다.

그해
그게 꽃구경이었을까?



<닿고 싶은 곳>
시월. 2011년

(January 4th 2021)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