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서효인 - 강화

바다 곁에는 짙은 안개가 밀린 잠처럼 퍼져 있었다. 나는 핸들을 꽉 쥐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중앙분리대가 가까워지다 다시 멀어졌다. 놀라고 안심했다. 셋 셀 정도의 시간이면 가능한 꿈. 생전 처음 간 섬에서 회처럼 벌거벗는다든가. 거기서 기마병을 보고 놀란다든가. 장대에 내 머리통이 꽂혀 있다든가. 몇 대의 차가 유령처럼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멈춘다. 고개를 끄덕이는 일은 달콤했다. 셋을 세고 넷까지 더 나아가 다음의 숫자를 차례대로 세고 싶은 욕망이 전조등처럼 끈질기게 따라왔다. 우리의 사면은 좁고, 바다를 넘지 않고 갈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국경선에 닿지 못한 욕망이 쥔 티켓이 땀에 젖는다. 잠시 차를 세운다. 나는 머리를 조아리고 피가 솟을 때까지 바위에 머리를 찧으며, 성실하겠다고 다짐한다. 노력하겠다고 맹세한다. 명석하겠다고 약속한다. 바다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했다. 섬을 한 바퀴 더 돌기로 결정한다. 안개가 손을 뻗는다. 머리끄덩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더 살기 위해서 우리는, 해야 할 반성이 아주 많이 남은 것이다. 죽기 직전의 상태로 오래 살 것 같다는 예감, 안개 안에서 불쑥 그리고 금세



<여수>
문학과 지성사. 2017년

(November 9th 2020)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