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이다희 - ( )

여는 괄호와 닫는 괄호 사이에 서 있었어요. 주머니에서 엉켜버린 이어폰 줄을 꺼냈어요. 엉켜버린 이어폰으로는 노래를 들을 수 없어서. 이어폰 끝을 잡고 매듭을 풀어 갔어요. 이어폰을 처음 갖게 된 날, 나는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죠. 내성적이고 우울한 내가 튀어나와 하루 종일 울었어요. 너무 행복하고 결국 불행했어요. 귀가 점점 들리지 않아서 목소리가 커지는 사람처럼 나는 크게 이야기 했어요.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노래 부를까요? 방금 날아간 나비 보셨나요? 노래 부르셨어요? 귀가 점점 나와 멀어져 갔어요. 날아가는 노래를 귓속에 잡아둔다고 해도 그게 나비가 아니듯이. 결국 나비와 노래를 거래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바꾸지 않았어요. 이어폰 밖으로 쏟아지는 노래가 들렸어요.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
은행나무. 2019년

(September 3rd 2020)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