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김유림 - 경주 걷기

품에서 나와 모퉁이를 돌자 그의 뺨이 만져진다. 우리는 화가 나서 천장을 보고 눕는다. 나는 화가 났고

그의 뺨을 때린 것일까?
그는 화가 난 나에 대해 화가 나서
여기가 어디인지를 잊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아침이다. 우리는 손을 잡고
자고 있다. 그가
샤워를 하고 나와서 밤에 마신 맥주 캔들을 검은 봉지 안에 넣은 것. 아주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라고
기억 속에서 기억하면서
나는 다시 어제로 돌아가고 말았다. 기억이 끝나는 지점으로 되돌아가면
천마총 공원이고, 대여한 자전거를 공원 밖에 세워두고
불 켜진 사무소가 다가가 입장료가 있는지 물어본다. 돈을 냈는지
그가 기억하고 있다. 내 기억엔
그 시간이 없어 단절된
기억 속 어두운 무덤가를 걷고 있다. 거기서
손은 얹고 화를 내는 새벽까지가
전부 사라져 폐쇄된 나는 끊임없이 무덤들의 공원을 돌고, 나갈 수가 없다. 나갈 수가 없는데, 나와 그는 웃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덤의 실루엣보다 가까이
다가가지만
여기는 야외라 기억 공간이라 해도
남들을 생각해야지
마구 끌어안을 수가 없고 그저
광대가 올라가는 윤곽을 실마리 삼아
웃고 있구나 생각할 뿐이야
당신
오늘처럼
먼저 잠들고

나는 지칠 수 없어
어떤 무덤가로든 계속해서 되돌아간다.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
은행나무. 2019년

(August 31st 2020)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