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오은 - 생각

하지 않을 때
꾹꾹 숨겨왔던 내가 튀어나왔다

나는 놀랐고
왜 놀랐는지를 생각하다가
놀랄 만큼 부끄워졌다

나인데 나로 돌아와야 했다
서서히 드러나느 나

낙서를 하는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첫눈에 흔들리고 말았는데

또다시
내 안에서 내가 빠져나갔다
빠져나가면서 나는 분명해졌다
분명해지면서 나는 나를 헤아렸다

눈을 감고 손을 흔들고
귀를 닫고 가슴을 열고
코를 막고 다리를 떨고
입을 다물고

입은 다물고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지붕은 없다
세계가 없다

나는 안에 있지 않다

빠져나간다
생각이 그만큼 간절하지 않아서
숨어 있던 나를 들켜버렸다



<왼손은 마음이 아파>
현대문학. 2018년

(August 26th 2020)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