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황인찬 - 불가능한 경이

어떻게 말을 꺼내지, 어떻게 말하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지

너는 책상에 앉아 있고
나는 창 너머에 서 있고

백년째 복도를 헤매던 사람도 이제는 지쳤다고 한다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아이들은 일동 차렷하고 인사를 하네

문을 열고 내가 들어가면 모두 놀라버릴 텐데
이상한 것도 놀라운 것도 이제는 버거운데

이렇게 말해야 하지, 어떻게 말하면
경이롭지 않을 수 있지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시면 수업이 시작되시고
나는 창 너머에서 수업을 지켜봅니다

수업은 좋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백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선량하고 아이들은 무구합니다

너는 판서된 것을 따라 적고
나는 창 너머에서 그것을 따라 읽고

어떻게 말을 건넬까 어떻게 해야 모든 것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그 말을 할 수 있지

자꾸 고민하면서
백년째 말을 걸지 못하는 내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가시면 아이들이 복도로 밀려나오고

복도에 서 있는 내 앞에 네가 서 있다

손을 내밀고 있었다
무얼 하느냐고, 빨리 들어오라고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작과 비평. 2019년

(May 16th 2020)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