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임솔아 - 조용해지기만을

한 시간 뒤에
태풍이 도착한다는데
비치 체어에 누워 있고 싶대요.

창문들이 터지고
전봇대가 부러지고
첨탑이 날아가고
저도 같이 날아가고 싶대요.

옆 동네까지 날아가고 싶대요.
자기 끝은 여기가 아니라 거기였으면 좋겠대요.

내가
화분들을 방에 데려오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옮겨놓고
창틀에 청테이프를 붙이는 동안에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재난문자가 도착하는데
보란 듯이 비치 체어에 누워 있겠다는데

나도 알고 있거든요.
집 안에서 맞는 사람이 있고
집 밖에서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요.

숨죽여 지켜보면서
조용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요.

춤을 너무 잘 춘다구요?
이렇게 잘 추는 춤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구요?
즐기면서 이렇게까지 잘 할 수는 없다구요?

누어 있던 보도블록들이 덜컹덜컹 일어서는데
밟고 다닌 것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는데
저게 즐기는 것처럼 보여요?

바다에 걸어들어가겠대요.
홍학 모양 튜브가 미친 듯이 뒤뚱거려요.
뒤돌아 없는 것을 바라보고 싶대요.



<겟패켕>
현대문학. 2020년

(May 16th 2020)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