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기혁 - 에코

눈이라는 발음 때문에 나는
길다
길기 때문에 밤은 사소한 풍문까지도 뜨겁게
입을 맞춘다

​몸의 동쪽에서 서쪽까지 오래된 풍문은
몽상을 두르고 엎드려 있다

​입을 맞춘 것들이 천천히 식어갈 때, 말은 점점 더 찬 것이 되어 체온을 내리고
화가의 붓끝에선 체온을 그리기 위한 풍경이
불려 나온다
수면 위에서도 익사하지 않던 풍경은 한 번도
겨울을 비춰보지 못했다

​눈이라는 발음 때문에 나는
짧은 눈조차 잊어버리고 초겨울 살얼음판 같은
창공을 움켜쥔다

​푸르다는 색감은 움켜쥘 때야 비로소 육체를 드미는 것

​타인의 침묵 곁에선
빙점이 지나도 얼지 않던 눈물이 흐른다

​살아 있다는 부재를 증명하기 위해 겨울철새가 날아가고
사람이 가까울수록
눈은 눈을 붙들고 더럽혀진다

​소복, 소복 세상의 고독을 본뜨는 것이다



<현대시>
2018년 12월호

(November 27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