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김수진 - 수국

모기를 기록한다
가벼웠지만 지난 새벽 내내 내 곁을 맴돌던 그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다
가끔은 슬펐으리라

가까이 봐야만 아픈 상처를 휴지로 닦아주고 나니 다리를 가지런히 포개어 밤새 아른거리던 문장 위에 마침표를 찍는다

흐려지는 흔적을 안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으리라
생의 끝 찰나처럼 스친 어제의 필름으로 얼룩진 자국 남기며
그렇게 스스로 기록되었다

봄과 여름 사이 날씨 어둠
어제 내렸던 비가 밤 속에 새겨져 새벽으로 잊히던 그해
첫 수국이 붉은 쑥스러움으로 노트 위에 피었다
아무런 체취도 남기지 않은 채
한 송이 아름답게



<인간과 문학>
가을호. 2019년

(November 2nd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