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양안다 - 물고기 비늘이 사실은 흉터였다면

눈을 감고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사과가 떠올랐다 씹고 있던 사과에서 벌레가 나오면 두 눈이 두근거렸다

옷장을 열자 언젠가 받았던 편지지가 우수수 쏟아졌고 방바닥이 젖었다 나는 편지지를 쓸어 모으는데 자꾸만 손바닥이 차가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너의 유서를 찾으며 편지를 자져가려 했다

기억하고 싶은 일보다 반대의 일이 자주 떠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네가 옥상에서 춤을 추던 어릴 적에 베란다 밖으로 열대어 하나씩 떨어뜨린 기억이 났고 숨이 점점 가빠졌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발끝으로 파도가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곤 했다

창밖으로 나뭇잎이 떨어지고 비가 내리고 사람이 투신한다면 아직도 옷장에서 쏟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 떨어지기 직전의 열대어와 마주친 듯한 느낌, 느낌이 추락하고 또 무엇을 떨어뜨렸는지……… 옷장 안에 숨겨놓은 죄가 가득했다

비가 내리면 옥상에 물이 차오르고 네가 보였다 옥상에 열대어를 풀어놓고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내 안의 파도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음악을 끄지 않을 거면서 너를 따라 춤을 추지 않고 쏟아지고 쏟아지는 열대어…… 쏟아지는 편지지와 투신하는 사람과 머리 위에 새가 날아가고 부화를 기다리는 알 속에도 심장이 있다면

떨어지는 것들이 무작위로 떠오르는데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옷장에서 떨어진 사과가 이편에서 저편으로 굴러가는 동안 창밖에서 방 안으로 쏟아지는 것이 있었다 심장 소리는 멎고 사과가 두근거리는데 두 눈은 진정이 되질 않았다



<시작>
2016년 여름호

(October 8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