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이제니 - 생존자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날 늦게
연인이 보이는 숲속에 해가 질 때
노을에 뺨을 맞대며
말했지 나는

지금 같다면
바로 지금 같다면

그리하여 그는
정장을 차려입고 시가 전차를 타고 와
매일 같이 그녀의 단골 카페에서 기다렸을 것이다
가진 보석을 팔았을지 모르지

전혀 변하지 않았구려
하연 수염의 사내가 더 늙은 여자의 손등을 만지고 있다
카페 마르코에서 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두고 그들을 본다
내가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고
늦은 저녁을 앞지르는 눈보라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뱉은 말에
가장 청순했던 아가씨는 환청에 실신했던 밤들을 겪었고
상냥했던 심장의 창이 무너져 절망을 위한 노래마저 접었던 날도 있었으리라
그리하여 지금
과거의 한순간이 지금이어서
광기의 시계는 그날에 맞춰졌다

오, 나는 바로 지금조차 배겨 내질 못하는데
대부분의 지금은 방금으로 끝나는데

바로 내 곁에서 숨을 거두고 묻힌 사람들처럼
시간을 멈추어 가만히 영원으로 순간을 만드는 늙은 연인이여

바로 지금 차 한 잔 더 주문하는 나는 살아있는가
사랑을 떠나 종전을 만들었으니
불과 천일하고 하루 만에 부리나케 불타던 창문을 잊었으니



<포엠포엠>
2016년 봄호

(October 8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