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박지영 - 토마토가 익을 동안

검은 토마토가 배달되었다
밤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한 세포가 다른 세포를 흔들어 깨우듯
어미의 유전인자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듯이
집요하게 온다

나는 밤에 태어나 밤의 지배를 받으면서 자랐다
나를 먹이고 키운 밤
그렇게 나를 어둠에 심어놓은 밤
그렇다고 밤을 엄마라 불러야 하나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밤은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어떤 영혼은 별빛을 가지고 있어
영혼의 갈피에 그 별빛을 끼워 넣으면
서로 부딪혀 방울 소리를 낸다

나는 별의 말을 번역하는 자
밤의 말을 전하는 자

또 하나의 밤이 익어가는 순간
토마토가 익을 동안
침묵하기로 하자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
시인동네. 2019년

(September 30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