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정다연 - 나는 너를 찾는다

나는 향수가 진열된 유리 상점 문간에 기대
당신을 찾고 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신이
눈을 깊게, 내리깐 채, 단단히 걸어오는 순간을
섬광처럼 열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
식상한 어긋남이나 우연, 대각선이나 모서리를 상정하지 않고 있어요
불가피한 범람이 따라다니겠죠 그치만 우리의 마찰로 보풀과도 같은 작은 것이 생성될지 누가 알겠어요
단풍이 조금씩 퍼져가는 밤에 오세요
씨앗이 씨를 물고 700년 동안 발아하지 않는
그 인내와 함께 오세요
어떤 음악도 우리의 그늘이 되지 않게
기타는 버리고 오세요
더 더 더 먼 곳을 꿈꾸지만 털모자도 장갑도 없이
애써 구비해둔 신발도 없이 오세요
쇠구설처럼 밝아진 달과 숫자와 시계를 끊어내고
두 손의 열쇠를 느슨하게 푼 채
가볍게 손 흔들며 오세요
가볍게 경계를 넘어오세요
이국의 풍경 속에서 모르는 나를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빈 여행 가방의 옆모습을 닮은 당신을, 지쳐
넘어지려는 당신을
내가 찾아낼 거예요



<내가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현대문학. 2019년

(September 30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