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심재휘 - 안녕! 풍전여관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들어가 잠들고 싶은 방이 있다
경포 바닷가 솔숲에
내가 고개를 동쪽으로 돌리면 미리 불어주는 바람 속에
풍전여관이 있다

신고 버렸던 평생의 신발들은 다 기억할 수가 없고
그때그때 신발들의 소리는 조금씩 다 달랐지만
언제나 잊을 수 없는 풍전여관은 늘 맨발의 풍전여관
맹세를 버리지 않는다 해도 돌아올 사랑이 아니라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어서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베이는
어쩌자고 풍전여관은 거기에 있나

젊음은 묵힐 수 없도록 쉬 낡고
추억은 더디 식어서 더욱 오래 쓸쓸하고

그러니까 나는 한때 풍전여관에서 살았던 거다
지금은 없는 풍전여관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문학동네. 2018년

(April 3rd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