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임지은 - 그럴 겁니다

오래 걷기 위해서는 말을 아껴야 합니다

휴일 한 모금을 천천히 삼키며
이 길고 긴 뜨거움을 지나가야 합니다

머릿속이 간지러워도 긁지 않는다면
좋은 은유가 떠오를 것입니다

플라스틱 컵 하나를 머리 위에 올려놓습니다
꼭 이만큼의 사소함이 나를 짓누르고

밤공기를 쐬고 싶지만 아무래도 참는 것이 낫겠지요
날씨를 알고 싶지만
티브이는 켜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너는 참 좋겠다, 라는 말을 듣습니다

나는 멀리뛰기를 연습하는 중입니다
시간 속을 걷다 보면 언젠가 밟아본 적 있는 것 같아
자꾸 멈춰 서게 됩니다

당신은 얼마만큼 왔나요?

미래는 잘 닦인 유리창으로 존재합니다
부딪쳐서 멍든 곳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는 내 미래에 잔뜩 손자국을 남겼습니다



<무구함과 소보로>
문학과 지성사. 2019년

(March 7th 2019)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