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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나중엔 보모로 역할 바뀌었다

작가 사망한 이후 양성평등 혐오 출판사서 출간

어릴 때 만화영화나 TV 드라마로 미국의 '원더우먼(Wonderwom an)'을 접한 한국의 청장년층에게 원더우먼은 수퍼맨이나 배트맨처럼 악당과 맞서 싸우는 '정의의 여전사'로 기억된다. 이 강인했던 원더우먼이 나중엔 보모나 간호사, 모델 등 여성성을 강조하는 역할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버드대 역사학과 질 르포어 교수는 '원더우먼의 숨겨진 역사'〈사진〉란 책에서 원더우먼의 탄생과 활약상, 변천 과정을 미국 여성 인권운동의 역사란 시각에서 다뤘다.

그 주인공은 1941년 원더우먼을 만화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한 윌리엄 마스턴(1893~1947)이다. 마스턴은 처음 거짓말 탐지기를 고안한 심리학자다. 남성인 마스턴은 하버드대 재학시절부터 여성인권 신장을 위한 서클을 주도한 페미니스트였다. 그는 남성들의 참전으로 여성도 활발히 직업을 가졌던 2차대전을 배경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여성'의 상징으로 원더우먼을 창작했다. 원더우먼은 남자 악당들이 쇠사슬로 묶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었다. 이는 마스턴이 흠모했던 영국의 여성인권운동가 엠머라인 판크허스트가 런던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쇠사슬로 묶인 사건에서 착안했다. 또 원더우먼이 주무기인 마법 올가미를 씌워 악당이 진실을 실토하면 판사가 박수치며 환호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마스턴이 세계 최초로 1915년 개발한 거짓말탐지기를 판사들이 신뢰하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이라고 한다.

사생활에서 마스턴은 중혼(重婚)까지 불사한 자유연애주의자였다. 그는 유부남인 상태에서 제자인 올리브 번과 사랑에 빠져, 번과 결혼식을 올린 후 두 부인과 같은 집에서 살았다. 둘째 부인 번은 결혼식 때 받은 팔찌를 죽을 때까지 풀지 않았는데, 원더우먼도 항상 팔찌를 차고 다녔다. 1947년 마스턴이 암으로 사망한 후 원더우먼은 수퍼맨 이미지를 벗어나 여성적인 캐릭터로 바뀌었다. 이는 남편 사망 후 연재를 맡은 첫 부인 할러웨이가 생계를 위해 양성평등을 혐오하는 출판사 편집장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많은 여성이 일자리에서 물러나 가정으로 돌아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르포어 교수는 분석했다.

(January 25th 2018)  /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