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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마다 국적이 바뀌는 섬…'꿩 섬' 이야기

다음달 프랑스의 작은 섬 하나가 스페인 소유로 넘어간다. 두 나라가 국경을 맞댄 비다소아강 한가운데 위치한 ‘꿩 섬’ 이야기다. 총 한 발 쏘지 않고 섬을 얻게 된 스페인의 비결은 무엇일까?

꿩 섬은 3000㎡(약 907평) 크기의 작은 무인도다. 한쪽으로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혼다리비아 마을을, 반대쪽으로는 프랑스 남서부의 앙다이와 마주한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이 섬을 각각 꿩이라는 뜻의 ‘페장(faisan)’과 ‘파이산(faisan)’으로 부른다. 두 나라 사이에 낀 이 섬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콘도미디엄(두 나라가 공동 소유하는 영토)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360년 전부터 매년 6개월씩 돌아가며 섬을 소유한다. 1년 중 2~7월은 스페인이, 8~1월은 프랑스가 관리한다.

이 시스템의 연원은 약 36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659년 스페인과 프랑스는 30년간 이어온 전쟁을 끝맺기 위해 양국 국경에 위치한 꿩 섬에서 협상을 벌였다. 석 달 간의 협상 끝에 맺은 것이 ‘피레네 조약’이다. 양국은 조약을 통해 섬이 양국의 평화와 협력을 상징하는 중립적인 영토로 공식선언하고 6개월마다 소유권을 주고받기로 했다. 이 섬이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를 왔다갔다한 것만 700차례가 넘는다. 꿩 섬은 프랑스와 스페인 왕실 간 결혼이 성사될 때 신부와 신랑을 넘겨주는 전통적인 만남의 장소가 됐다.

섬 관리도 체계가 잡혔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의 해군사령관과 프랑스 바욘의 해군사령관이 섬의 주지사 혹은 총독 역할을 한다. 실제 관리는 스페인 이룬과 프랑스 앙다이 시장이 맡는다. 앙다이 시의회는 일년에 한 번씩 작은 보트로 직원들을 섬에 보내 잔디를 깎고 나무를 다듬게 한다. 스페인 경찰은 종종 섬으로 들어오는 불법 야영객들을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 양 도시의 시장들은 매년 12번씩 만나 수질과 어업권 등도 논의한다.

꿩 섬의 평화는 비교적 오랜 시간 지켜져왔다. 가장 최근 소동은 1974년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분리독립주의자들이 무장을 한 채 국경을 넘으려고 한 일이다. 이들은 섬 근처에서 체포됐다.

분쟁 없이 평화로운 이 섬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기후변화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피레네 산맥의 만년설이 녹기 시작했다. 이 물은 비다소아강으로 흘러들어왔고 섬을 침식시켰다. 양국의 공동소유가 시작된 이후 이 섬의 너비는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스페인과 프랑스 모두 침식 방지를 위해 돈을 쓰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경향신문 2018.01.30

(February 2nd 2018)  /  토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