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손택수    /    어부림

딴은 꽃가루 날리고 꽃봉오리 터지는 날
물고기들이라고 뭍으로
꽃놀이 오지 말란 법 없겠지
남해는 나무 그늘로 물고기를 낚는다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짙은 그늘 물 위로 드리우고
그물을 끄집어 당기듯,
바다로 흰 우듬지에 잔뜩 힘을 주면
푸조나무 이팝나무 꽃이 때맞춰 떨어져내린다
꽃냄새에 취한 물고기들 영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말채나무 박쥐나무 꽃도 덩달아 떨어져내린다
木그늘로 너희들 목에 내린 그늘이라도 풀어라
남해 삼동 촘촘한 그늘 가득 퍼득대는 물고기를
잎잎이 어깨에 메고 우뚝 선 어부림
꽃향기는 수평선 너머로도 가고 심해로도 가서
낚싯바늘처럼 단숨에 아가미를 궤뚫는다
꽃가루 날리고 꽃봉오리 터지고 청미래 댕댕이 철썩 철썩
파도 소리를 흉내 내며 뒤척이는 숲,
날이 저물면 남해는 나무들도 집어등을 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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