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정끝별    /    사랑의 슬픔

밤새워
신간과 잡지를 베껴 쓰다가
곧바로 찢어 버려요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아침에는 흰 우유를
저녁에는 검은 우유* 를 마셔요
휘파람을 불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부르르 떠는 건
내가 나를 더 사랗한다는 뜻이죠
왼뺨을 때리면 즉시 오른뺨을 때리세요
내가 나를 처음 만난 날처럼, 안녕!
셀 수 없는 입술로
셀 수 없는 눈동자로

알잖아요?

얼굴과 손과 눈과 발목이
눈사람처럼
동시에 하나 되는 기분!
동시에 하나로 녹는 기분!


*  파울 첼란의 시 「 죽음의 푸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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