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정끝별    /    지나가고 지나가는 2

미끌하며 내 다섯 살 키를 삼켰던 빨래 툼벙의 틱, 톡, 텍, 톡, 방망이 소리가 오늘 아침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와 수챗구멍으로 지나간다 그 소리에 세수를 하고 쌀을 씻고 국을 끓여 먹은 후 틱, 톡, 텍, 톡, 쌀집과 보신원과 여관과 산부인과를 지나 르망과 아반테와 앰뷸런스와 견인차를 지나 화장터 길과 무악재와 서대문 로터리를 지나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지나간다 꾹 다문 입술 밖에서 서성이던 네 입술의 뭉클함도 삼일 밤 삼일 낮을 자지도 먹지도 못하던 배반의 고통도 끝장내고 말거야 내뱉던 악살의 순간도 지나간다 너의 첫 태동처럼 틱, 톡, 텍, 톡, 내 심장 한가운데를 지나 목덜미를 지나 손끝을 지나간다 지나가니 여전히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웃고 울고 입을 맞추고 쌀을 사고 종이와 볼펜을 사고 모자를 사고 집을 산다 한밤중이면 더욱 크게 들려오는 틱, 톡, 텍, 톡, 소리를 잊기 위해 잠을 자고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틱, 톡, 텍, 톡, 날카로운 구두 뒤축으로 나를 밟고 지나가는 그 소리보다 더 크게 틱, 톡, 텍, 톡, 기침을 하고 틱, 톡, 텍, 톡, 노래를 하고 틱, 톡, 텍, 톡, 싸운다 틱, 톡, 텍, 톡, 소리가 들리는 한 틱, 톡, 텍, 톡, 나는, 지나가는 것이고 틱, 톡, 텍, 톡, 살아 있는 것이다 틱, 톡, 텍, 톡, 틱, 톡, 텍, 톡, 틱, 톡, 텍,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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