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정끝별    /    다리는 달리고 있다

운동회날부터 나는 달리고 있다
너를 지나
집과 담벼락을 지나
어둔 밤길을 지나
전신을 활처럼 제끼고
두 눈을 감고 가슴을 치며
가로막는 횡단보도를 넘어
달릴수록 에워싸는 빌딩숲을 넘어
내 나이를 넘어 달리고 있다
입술을 깨물며 재앙의,
넘어지는 것보다 처지는 일이 더 무서웠다
허파꽈리에 가득 차는 검은 연기
과거는 넝마 미래를 훔치며
화살보다 빠르게
달린다 내 열망의 한가운데를
눈부시게 난파할 그 순간까지
발바닥이 점점 가슴이 머리가
텅. 텅. 텅. 콘크리트처럼 굳어가며
삶이 빠르면 죽음도 발정난 고양이
예기치 못한 골목에서 튕겨 달겨드는

686 hit   /   (January 31st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