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정끝별    /    동백 한 그루

포크레인도 차마 무너뜨리지 못한
폐허(肺虛)에 동백 한 그루
화단 모퉁이에 서른의 아버지가
우리들 탯줄을 거름 삼아 심으셨던
저 동백 한 그루 아니었으면 지나칠 뻔했지 옛집
영산포 남교동 향미네 쌀집 뒤 먹기와 위로
높이 솟았던 굴뚝 벽돌뿌리와 나란히,
빗물이며 미꾸라지 가두어둔 물항아리 묻혀 있었지
어린 오빠들과 동백 한 그루 곁에서
해당화 밥태기꽃 함박꽃 알록달록 물들다
담을 넘던 이마에 흉터가 포도넝쿨처럼 뻗기도 했지
동백 한 그루 너머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 밥상 내던지셨지 그릇들 깨졌지 아버지 서재 오래 비어 있었지
영산포 이창동 소방도로 되기 직전
포크레인이 아버지 대들보를 밀어붙이고
콜타르와 시멘트가 깨진 아버지를 봉인해버렸어도
탯줄 끝에 손톱만한 열매를 붙잡고
봄볕에 자글자글 속 끓고 있었지 저 동백 한 그루
오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가까스로 서 있었지
나 쉬하던 뿌리 쪽으로 고개를 수구(首邱)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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