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장석남  -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한 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어느 절에서 보내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처마의 끝의 별도 생계를 잇는 일로 나온 듯 거룩해지고 뒤란 언덕에 보랏빛 싸리꽃들 핀 까닭의 하나쯤은 알 듯도 해요

종소리 그치면 흰 발자국을 내며 개울가로 나가 손 씻고 낯 씻고 내가 저지른 죄를 펼치고 가슴 아픈 일들을 펼치고 분노를 펼치고 또 사랑을 펼쳐요 하여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의 다른 하나를 알아내곤 해요

(November 9t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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