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장석남  -  빈 방

- 남지암(南枝庵)을 기록함



아홉 개의 계단을 가진 방
왼쪽엔 신(神)이 사는 산이,
오른쪽엔 세속(世俗)이 아홉 층
마당으론 저승을 아는 호수(湖水)
나는 그중 하늘 쪽에 가깝고 싶지만
나는 하늘에서 사는 사람이 되지 못하므로
술을 마시고 죄를 삼키고 꿈을 부른다네

나는 여럿의 방을 거쳤으나
때로 꽃 대궁 위 벌나비의 방도 있었으나 지금,
고요하여 숨도 쉴 수 없는
가습기 소리 위의 방에 머무네

추수 끝난 논밭의 숨가쁨을 모르는 인류! 인류!

물을 건너가라 물을 더듬어 가라 짚어 가라
물가의 어는 돌멩이가 이렇게 목메어 외우듯
이 방을 굴려 가라 말아 가라 쓰다듬어 먹어 가라…… 그러나 서성이는
그 어디서도 서성이는
빈방―――――――――그 방에 가 머물려네

(May 30t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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