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이면우  -  여우비

구두 베고 한 사내 잠든 간이역 벤치
은행나무는 푸른 하늘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여우비 지나는 역사驛舍 추녀 아래 몇몇 이들
일어나라 일어나라는 눈짓도 그 사내 못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곧 기차에 실려 꿈꾸듯 먼 길 떠날 게다
은행나무 우산 쓴 사내가 맨발로 구름 위 걷는 동안
머리에 인 구두는 세상에 젖지 않을 게다.

여우비는 장난꾼처럼
맑은 물방울 조루로 휙휙 뿌리며 지나갔다
구두, 은행나무, 산 뚫고 오는 기차도 다 잊어버리라고

간이역에서 기차표 만지작대며 서성이는 동안
여우비, 이 모두를 단 한번에 꿈꿔버리라고.

(March 22nd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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