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이면우  -  교대근무자

먼 길 걸어온 내게 저녁은 의자를 내어줍니다 그런데 의자에 아직 온기가 남아 방금 당신이 길 떠난 줄 알았습니다 나는 의자에 앉아 허공에 던져진 둥근 공 같은 지구를 떠올립니다 그러면 잇따라 애달프고 감미롭고 웅장한 음악이 흘러들어옵니다 그래요 그 음악이 아니면, 당신이 어떻게 밤내 먼 길을 혼자 걷겠습니까 제 음악에 취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오래, 지구가 쏜살같이 태양 주위를 돌겠습니까 세상엔 밤낮으로 일하는 이들이 번갈아 쉴 의자가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교대근무자도 없는 지구는 허공을 거침없이 뚫고 나가며 소리 없는 연주를 계속합니다 자바의 원시림과 아마존 강과 아직 뱃길 닿지 않은 바다와 수마트라 섬의 흰개미 고비사막의 돌개바람 앙코르와트의 귀면도 잠시 때를 놓고 지구를 깊이깊이 들이켭니다

그런데 이 음악은 몸 전체로 들어야 취한다지요

꿈 없는 잠처럼 듣고 나면 금방 잊어버린다지요.

(April 30th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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