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이면우  -  메이드 인 차이나

이 주머니칼은 국경을 넘어왔다 나는 금 천 원의 주머니칼을 몇 번 펴고 접으며 낮은 추녀 끝 연통이 흰 연기 퐁퐁 내뿜는 낯선 거리로 넘어갔다 말채찍마냥 쌩쌩한 북서풍 안고 무악재 너머 개성 평양 신의주 지나 바다 같은 강 건너 연탄난로 벌겋게 단 작업장까지 갔다 창백한 형광등 아래 프레스는 풍풍딱 연마기는 쌩쌩 숫돌카터 연달아 샛노란 산화철꽃 피워올리는 거기, 누군가 싸구려 주머니칼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게 꼭 자기라는 듯 마스크로 반쯤 가린 완강한 얼굴들 사이에 잠깐 머물렀다 나는 이이들이 꾸는 꿈을 안다 낯선 이방의 말로 꿈꾸더라도 안다 나도 아주 오래 모국어로 같은 꿈을 꾸어냈기 때문이다 깊은 숨 내뿜듯 산화철 묵직한 휘장 쳐들고 나오자 문득 일구칠공년대 대림산업 양식기 공장이 있던 대전 성남동이다 성문 밖 텅 빈 지붕에 땅에 북서풍에 실려온 눈 지금 무차별로 쌓인다 나는 그 위에 발자국 도장 찍어본다 메이드 인 차이나

(April 30th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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