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이면우  -  쓸쓸한 길

왕벚나무 아래 젊은 남녀 공부하러 오가는 길
나는 손공구 쥐고 일 다녔다 먼저
흰 피 같은 꽃 피고 살점 뚝뚝 패이듯 꽃 진다 그 위로
자동차 달리면 꽃잎들 솟구쳐 되풀이되는 생
음미하듯 천천히 떨어져내렸다 알 수 없는 힘이
세상은 참 아름답다고 혼자 중얼대게 하는 봄
바람 불던 밤, 꽃잎들 한꺼번에 곤두박질치던 길
다투는 기척 중에 여자 목소리 날카롭게
그래 니가 내 인생에 뭐 하나 해준 거 있어, 하고 울린다
순간 휘청하고 벚꽃 흰빛 쓸쓸해지며 가지에
간절히 매달아둔 쉰살 봄 일시에 다 떨어져내려버렸다
나는 산 너머 집 쪽 밤하늘에 대고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보일러 스위치 넣고 삼십분 뒤 책 겉장 갈아댄
박용래 시선집을 펼쳤다.

(January 24th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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