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황동규    /    겨울을 향하여

저 능선 너머까지 겨울이 왔다고
주모가 안주 뒤집던 쇠젓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폭설이 허리까지 내리고
먹을 것 없는 멧새들 노루들이
골짜기에서 마을 어귀로 내려왔다고,
이곳에도 아침이면 아기 핏줄처럼 흐르는 개울에
얼음이 서걱대기 시작했다고.

알 든 양미리구이 안주로
조껍데기술을 마시며 생각한다.
내 핏줄에도 얼음이 서걱대지는 않나?
텔레비전 켜논 채 깜빡깜빡 조는 초저녁에
잠 깨어 손가락 관절 하나 꼼짝하기 싫은 새벽에
그리고 이 술병, 마저 비울까 말까 저울질하는 바로 지금!
생각을 조금 흔든다.
그래 뾰족한 얼음 조각들이 낡은 혈관 녹 긁으며 흐르면
시원치 않겠나?
골짜기 가득 눈꽃이 이 세상 것 같지 않게 피어
보여줄 게 있다고 아슴아슴 눈짓하고 있는 설경 속으로
몸 여기저기서 수정구슬 쟁그랑쟁그랑 소리 나는
반투명 음악이 되어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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