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나희덕  -  마지막 산책

우리는 매화나무들에게로 다가갔다
이쪽은 거의 피지 않았네,
그녀는 응달의 꽃을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삶을 바라보듯
입 다문 꽃망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땅은 비에 젖어 있었고
우리는 몇번이나 휘청거리며 병실로 돌아왔다
통증이 그녀를 잠시 놓아줄 때
꽃무늬 침대 시트를 꽃밭이라 여기며
우리는 소풍 온 것처럼 차를 마시며 빵 조각을 떼었다
오후에는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며
문장들 속으로 난 숲길을 함께 서성이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죽음, 이라는 말 근처에서
마음은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피지 않는은 꽃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침묵에 기대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기에
입술도 가만히 그 말의 그림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응달의 꽃은 지금쯤 피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다시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

시간의 들판에서 길을 잃었는지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길을 잃은 것은 나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발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February 11t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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